지난 며칠 앓고 난 후의 면역력 저하로 인한 건지, 그런 데다 날마다 이어지는 이 폭염을 내가 감당하는 게 힘이 달리는 건지..
앓는 동안 쫄쫄 굶으며 몸을 너무 축 냈고, 나은 후에도 식욕부진을 겪으며 계속 맥을 못추는 날들에 폭염까지 계속 되니 내 체력은 바닥을 기고 있는 상황이다.
주말 아침, 그래도 몸을 일으켜 바깥사람을 따라 주말농장에 간다.
몸이 별로 안 좋은 상태에 마침 휴일이라고 그냥 늦도록 침대에 널부러져 있기보다는 이런 풍경을 보는 게 훨씬 좋으니...
침대에 누워 있으면 이런 예쁜 나팔꽃도 어찌 볼 수 있으랴..
이 신비로운 꽃빛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사람이 자연에서 얻는 힐링이란 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새삼 느끼게 된다.
코스모스꽃이며 강아지풀이며 나팔꽃 등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느라 옆에 감나무가 이렇게 예쁜 감을 키우고 있는 걸 못 보고 있었는데,
텃밭으로 앞 서 내려가던 랑이 사진 찍고 있는 나를 돌아보며 "감이 열렸네"하고 가리켜서야 바로 옆의 감나무를 쳐다보았다.
내가 꽂혀 있었던 코스모스꽃, 강아지풀, 나팔꽃 못지않게 예쁜 감인데 여태껏 못 보았다니..
이 연초록색 감이 뿜어내는 싱싱한 기운이 내 비실비실한 몸으로 스며드는 듯 하다.
괜히 혼자 감동한다.
우리 텃밭으로 들어가는 입구 쪽에 서 있는 이웃 밭의 옥수수가 여전히 꿋꿋하시다.
멋짐 뿜~
싱그럽고 힘찬 기운이 참 좋다.
우리 밭에 들어서니...
극심한 폭염에도 이렇게 건재함에...
일주일 동안 물 구경 못 시킨 게 미안스러워 마음을 조아리게 된다.
주 중에 한 번이라도 물을 주러 왔어야 했건만... 그럴려면 랑이 일찍 일어나 출근 전에 다녀갔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목 타는 폭염을 견뎌내고 있는 텃밭 작물들의 생명력이 참으로 경이롭다.
극심한 폭염에 비정상으로 자라고 있는 오이, 참 안쓰럽고 눈물겹다.
그러면서 이 불볕 가뭄 속에 여전히 꽃을 피우고 열매를 탄생시키고 키워내는 텃밭..
물을 주고 돌아서면 금세 말라버리는 폭염인데, 거기에다 일 주 동안이나 물 구경을 못했으면서도 이렇게 주렁주렁~
가슴 뭉클해지는 감동이고 경이로움이다.
작년에도 그렇더니 올해도 오이보다 가지가 잘된다.
물 먹고 자라야 하는 배추가 물 구경을 잘 못하니 자라질 못한다.
연일 계속되는 이 불볕에 살아 있는 게 용하지..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상추
상추꽃 확대 접사.
피망도 상태가 별로 안좋더니.. 그래도 이 폭염을 용케 견디고 있다.
폭염만 드립다 퍼부어대고 물 구경을 못하여 상태가 안 좋다.
이 쪽파도 살아 있는 게 용함..
마음이 참 안됐다.
폭염 속에서 열심히 살아내고 있는 토마토도 기특하고 놀랍다.
불볕 가뭄을 잘 견뎌내시는 믿음직한 호박
지난 주에 따기에는 너무 어린 호박이었는데 일 주 동안 이렇게 커버렸다.
지난 주말에 막 태어난 아기호박이었던 건 이렇게 예쁘게 자랐고..
그리고 이 불볕에 굴복하지 않고, 지치지 않고 열심히 꽃을 피우신다.
멋지셔요~
이건 호박넝클 옆에 있어서 무심히 그냥 호박인 줄 알았더니 랑이 참외라고 한다.
이제서 이렇게 꽃을 달고 있으면 언제 참외를..??
더구나 이런 불볕 가뭄에.. 그냥 관상용으로도 감사합니당~
이 호박은 넝클만 힘차게 뻗고, 호박 꽃도 통 볼 수 없고 따라서 호박 구경을 안 시키는..
그래서 호박잎 쌈으로 먹자 하여 처음으로 호박잎을 따왔다.
깻잎이 이제 다 되어 가는 듯..
상태도 별로 안 좋고..
수세미꽃을 참 오랜만에 본다.
아주 오래 전, 30 년 쯤 전에 집 거실문(발코니 나가는 문)에 넝클을 빙 둘러서 수세미를 키운 적이 있었다.
그렇게 하니 예뻤었다.
언제나 눈길이 가는 예쁜 도라지꽃..
석류나무, 자세히 들여다보니 폭염 탓인 건지 무엇 때문인지 석류가 몇 개 안 달려 있다.
참깨꽃 (이웃 밭)
닭의 장풀, 어릴 때 많이 봤던 꽃,
그래서 정겹다.
이제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텃밭에서 나간다.
비실비실하던 심신이 이 눈물겹도록 위대한 자연에 한껏 힐링되어..
이제 집으로~
몸이 텃밭에 오기 전보다 많이 좋아진 것을 느낀다.
자연이 인간에게 베푸시는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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