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서 그 날 밤에 잠자리 드는 일이 거의 없다.
일어난 날을 넘기지 말고 그날 밤에 자야 하는데, 늘 다음날 새벽 시간에 자는 올빼미형 생활.
건강에 해로운 일인 걸 잘 알면서도 이 습관을 고치지 않고 산다.
그러다보니 평일엔 늘 잠이 부족하다.
그리고는 주말 휴일에 느긋한 늦잠을 즐기며 게으름을 피우는 일이 많다.
어제도 느지막히 일어나 아침은 건너 뛰고 시내 볼 일을 잠깐 보고, 그 길로 대형 마트에 가서 시장을 한 리어카 넘치게(무겁게) 보았다.
한 리어카 넘치는 것에 반을 차지하는 건 일주일 먹을 생수 때문이다.
나는 정수기 물보다는 생수를 선호한다.
시장 봐온 것을 집에 부려놓고 이제 아점을 먹으러 간다.
주말 휴일에 예식장 갈 일같은 행사가 없으면 내 휴일의 반은 대체로 이렇게 흘러간다.
아점을 먹고 들어와 랑은 텃밭(주말농장)에 가고 나는 집안일을 한다.
해놓아도 별로 표도 안 나는 게 할일이 참 많기도 하다.
바닥에 궁둥이 붙여볼 새 없이 계속 움직여 일하고, 이제는 청소를 할 참인데 밭에 갔던 랑이 생각보다 일찍 집에 돌아왔다.
들고 들어온 비닐 봉지에 아욱 조금과 머위, 상추가 들어있다.
청소까지 마치고 이제 일은 그만 하고 싶은데, 그러나 하기 싫은 걸 참고 상추를 씻는다.
우선 식초를 탄 물에 상추를 10분 정도 담가두기~
그리고 그 사이 머위 줄기 껍질을 벗기는데, 랑이 거실에서 잠든 숨소리가 들린다.
어젯밤 불금 술자리의 피로 때문에 밭에서 일찍 돌아온 건가 보다..
상추 씻는 일은 오래 걸린다.
두 식구 먹는 상추 씻기도 이렇게 오래 걸리는데, 음식점에서 그 많은 상추를 이 많은 시간 들여 제대로 씻을 리가...
아욱은 다음에 국 끓이기로 하고 이 두 가지만 손질해놓고, 랑은 자고 있으니 토요일 저녁 TV [불후의 명곡]을 본다.
[불후의 명곡] 끝난 뒤 저녁 식사.
오늘 저녁 메뉴는 당근 머위와 상추쌈과 오늘 장 봐온 꽁치구이다.
상추 두 잎에 갖은 양념이 들어간 쌈장을 얹고,
(나으 쌈장은 시판 쌈장에 집된장 조금 섞어서 다진 파, 마늘, 청양고추, 양파, 그리고 여기에 쌀눈을 듬뿍 투여..)
구운 꽁치를 발라 넉넉히 떼어 얹고.. 밥 한 숟갈 같이 싸서..
입 크게 벌리고 아앙~
냠냠~ 아음~맛있뜸~
머위 잎 한 장 펴고,
이번엔 갖은 양념한 멸치젓갈 얹고,
꽁치 살이랑~
밥 한 숟갈 같이 싸서..
아앙~ 입이 미어지게 한 입..
음~ 정말 행복해지는 맛~
밥 한 공기에서 멈출 수 없는 맛..
그렇잖아도 요즘 뱃살이 두리둥실해지는데.. 텃밭 쌈채소가 거기 더 보태네..
이거 곤란한 걸....^^
그렇지만 배가 둥실해져도 이 행복한 맛을 포기할 수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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