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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스케치

채소 키우는 텃밭, 내 죽은 감성도 살려낸다

by 해피로즈 2018.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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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감성이란 건 이미 오래 전에 다 시들어버렸다. 시들었다가 아예 죽어버렸다.

나이가 내 감성을 먹어치웠을 것이다..

세월이 흘러 흘러가면 감성이라는 건 스러지고.. 그리고 꺼져버리는 것. 

세월 그분께서 관여하시면 남아나는 게 없다.^^

나이가 드니 웃을 일도 별로 없고 매사 대체로 시큰둥하다.


이 시큰둥한 아줌이 텃밭에 갔더니.. 생기로 가득한 이곳.. 



우리집 바깥사람이 주말 휴일마다 혼자 텃밭(주말농장)에 가서 겨울 동안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던 풀숲을 다시 밭으로 만들어 놓은 곳엘 나도 지난 주말 처음으로 가봤었다. 그리고 지난 주말 아침 일찍 일어나 또 같이 텃밭에 갔다. 일기예보에 (주말)밤부터 비소식이 있었기 때문에 비가 오기 전에 수확해야 할 게 있었다.


이 예쁘고 맛있는 산딸기, 두 번 따왔는데, 어제는 이제 끝물이 확실하여 조금 딸 게 남아 있긴 한데 첫 번, 두 번째 딸 때하고 다른 게 산딸기 딸 때 꼭지가 같이 떨어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일이 두배로 시간 걸림..^^

그러나 어쨌든 산딸기, 참 사랑스런 열매다. 자연이 만들어내시는 이 고운 빛깔.. 내 마음이 이뻐지지 않을 수 없다.




텃밭 한쪽에 매실나무 한 그루



매실이 몇 개 달려 있다

초록색 잎새 사이에 매실 열매가 달려 있는 게 참 예쁜 생각이 들어 연녹빛깔 둥근 모양의 매실을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내 마음에 푸릇푸릇 싱그럽고 맑은 물기가 촉촉하게 스며드는 듯한 느낌.. 어? 이건 참 좋은 느낌이다.




토마토



올망졸망 달려 있는 토마토에서 뿜어져 나오는 생기로움이 내 마음까지 방울방울 차오르는 듯한 느낌..




아, 곧 예쁜 가지색 가지도 열릴 것이다.^^




상추가 꽃처럼 피어 있고,

녹색 고추이파리가 싱싱하다.








아, 정말이지 이 생명력이란 건 얼마나 아름다운가..




솔솔 뿌렸던 씨앗이 이렇게 상추로 자란다.

생각해보면 이런 게 다 감동이 아닐 수 없다.^^




저절로 난 들깨도 몇 군데 있고 ~



작년에 씨앗이 떨어져 저절로 난 신통한 아욱도 있고~



막내딸래미가 상추 중에 이 청상추를 좋아한다.

막둥이 먹일 청상추를 오늘 미리 뜯는다.

(비소식 땜에 서울 가져가려면 빗물 젖기 전 뜯었더니 경주는 비가 오는둥마는둥..)




넝쿨 힘차게 뻗으시는 오이~ 오이~




커다란 초록잎 사이 사이에 작은 꽃 피우고



이 환한 빛깔로 내 마음 붙잡는 오이.. 꽃..




내 죽어버린 감성까지 가만 깨워서 살풋 어루만지시는.. 이 눈부신 빛..



그리고 이렇게 예쁘게 키워낸 오이



생각해보면 참 신기하고 어여쁜 일이다.









대파는 한 단을 사다가 심었는데 상태가 별로 좋지 않단다.

랑이 거름을 잘못 주어서 그렇다고...




텃밭 한 쪽 구석에 연로하신 대파


이 대파는 그 추운 겨울 다 겪고 살아서 지금은 이렇게 씨앗을 잔뜩~

 제 종을 번식시키기 위해 모진 세월(?) 인내한 거룩함이라고나 할까..




갓 태어난 신생아 호박~^^



아가아가하신 호박, 사랑스러움 뿜~




나으 밥상을 맛나게 하는 데 일조 단단히 하신 머위~




우리가 전혀 심지 않아도 그냥 지들 끼리 무리로 싹을 틔우고 나와 자라서는 텃밭 울타리 쳐주시는 돼지감자..

내 마음 바닥을 편안하고 말랑하게 만들어주는 녹색인 이유로 카메라를 갖다 댄다.




흐리고 선선한 바람 부는 주말 아침이었는데 그만 집에 돌아갈려 할 즈음 해가 잠깐 켜졌다가 꺼졌다.




이제 이 길을 달려 집으로 간다.

다음 주까지 일주일 동안 텃밭은 또 이 모든 채소들을 쑥쑥 키울 것이다.



생명을 틔우고 생명을 키워내는 텃밭, 

그곳은 싱싱한 생기로움으로, 싱그럽고 환한 빛으로 나를 깨운다.

내 죽어버린 감성까지 살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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