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휴일 아침, 여섯 시가 못 된 시간에 눈을 떳지만 일어날 생각 없이 누워있는데, 그러고 한 시간 쯤 있으려니 우리집 바깥사람이 일어난 기척이 들린다.
아침에 밭에 간다고 어젯밤 말했었다.
나도 같이 갈 것인가, 그냥 더 누워서 휴일 아침을 느긋하게 즐길 것인가.. 잠깐 갈등..
밭에 있는 부추를 내가 베어와야 하는데... 상추도 내가 뜯어와야 하는데...싶은 마음에 후다닥 일어났다.
부추를 내가 베어와야 좀 깔끔하게 베어오지, 랑이 베어오면 다듬고 씻는 데 더 오래 걸리게 베어 오기 때문..
양치질만 얼른 하고 물을 마신 다음 세수는 생략하고 주말농장으로 간다.
밭으로 내려가는 입구에 철없는 난장이 코스모스꽃 몇 송이가 여기저기 흩어져 피어 있다.
예쁘다만.. 코스모스꽃은 뭐니뭐니해도 가을에 피어야 제대로 분위기가 나지 말이야..
산딸기가 익어 있는 게 또 있을 줄은 알았지만 또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다.
오늘 주말농장에 온 건, 랑은 풀 뽑기와 물주기, 나는 상추 뜯기와 부추 베기, 그리고 또 익어 있을 산딸기 좀 따기.. 였는데,
산딸기가 생각보다 또 많이 익어 있어서 이 산딸기 따는 게 주가 되어버렸다.
이 밭은 아침 햇살이 뜨겁다. 뜨거운 햇살을 받으며 산딸기나무의 가시에 수없이 찔리며 또 산딸기를 땄다.
산딸기나무 아래에 이렇게 새로 나는 아기 산딸기나무가 심심찮게 눈에 띈다.
정말 번식력 짱이다.
이건 씨앗으로 뿌린 상추가 이제 뜯을 만큼 자랐다.
토마토가 조롱조롱 매달려 있네..
호박도 드디어 달리고~
내가 우리 주말농장에 와서 고양이를 보기는 처음이다.
랑이 "저기 고양이 있다. 고양이!"하면서 내게 와보라고 손짓을 한다.
이웃의 마늘밭 끝, 저 멀리 있는 녀석을 끝까지 끌어당겨 혀로 "쮸쮸쮸~" 소리를 내 돌아보게 하고 찍었다.
녀석이 내가 지한테 뭘 어쩐다고 휘리릭 날아가 버린다.
어쩌기는 하지.. 사귀자고 하겠지.. 내가 저 녀석보고..^^
밭 가에 석류나무가 서 있다.
저번 토요일날 갔을 때 안 보였는데 (산딸기 따는 데 정신 팔려서 못 봤을 수도..) 오늘 가니 이렇게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는 석류나무..
거칠고 투박한(?) 주말농장 구석에서 피워올리고 있는 주홍빛의 이 화사함이라니..
참으로 고운 색감이 유혹스럽다.
디카 렌즈에 먼지가 묻은 건지 사진 한 부분이 흐릿..
예쁘지 않은 꽃이 있으랴만..
밭에서 일하다가 문득 마주친 주홍주홍한 석류꽃에...
이 시들어버린 가슴이 화사하게 설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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