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토요일 아침, 포스팅 하나 해놓고 어딜 가느라고 아침시간 내내 컴터 앞에 앉아있는 동안,
랑이 혼자서 이것저것 짐을 챙기고, 그래도 내가 컴터 앞에서 안 일어나니 아침식사를 간단하게 식탁에 준비한다.
1박 2일 주말 여행을 위해 내가 준비한 거라곤 전날 인스턴트커피 타서 냉동실에 얼려 둔 것 한가지.
냉동실에 뭐가 그리 꽉 차 있는지 이 커피 한 병 넣을 자리도 없다.
내가 서울에 가 있는 동안 랑이 텃밭에서 수확해온 것들을 대충 어찌어찌 하여 냉동실에 넣어 놓은 것들로 꽉 차 있는 거다.
아직 포스팅이 끝나지 않아 컴터를 들여다보고 있는 내게 주방에서 랑이 큰소리로 묻는다.
"옥수수 어떻게 삶노~"
주방으로 달려가 옥수수 삶는 냄비에 소금과 감미료를 얼만큼 넣어야 하는지도 모르고 그냥 대충 퍽퍽퍽퍽 넣었드마는
차 타고 가면서 맛을 보니 쫌 달다..
랑이 텃밭에 심었던 옥수수인데 올해는 작은 거 대여섯 개 수확한 것이 전부란다.
별 계획 없이 그냥 떠나보는 1박 2일 묻지마 주말여행.
지금 너무 뜨겁고 더워서, 며칠 더 있다가 여름 지나면 가고 싶지만, 그때 쯤엔 또 아망이를 온전히 내가 데리고 있어야 하므로
그래도 아망이로부터 자유로운(?) 지금 1박 2일이나마 바람 쏘이러 다녀오기로 하였다.
무주 구천동 쪽으로 달린다.
따끈하게 잘 구워진 도로 위를 에어컨 3단을 놓고 달리지만, 차창 유리를 강렬하게 뚫고 들어오는 한여름 뜨거운 태양빛을 피하기가 어렵다.
전날 밤, 나는 곯아떨어져 자고 있을 때, 랑이 오랜 시간 컴터 앞에 앉아 펜션을 클릭하였지만 당연히 빈방은 없었기 때문에,
하루 전날 펜션 빈방을 어떻게 구하겠어..
그냥 현지에 가서 모텔 이용하는 걸루 합시당.
그러면서 무작정 떠나 도착한 곳,
차에 탄 채 펜션 촌을 천천히 돌면서 보이는 곳마다 전화 번호를 눌러 빈방을 찾는데,
오옷~ 한곳이 딱 우리의 그물에 걸린다.^^
예약 취소된 방이다.
음~ 운이 쵸쿤~ ^^
대부분 그렇듯이 계곡을 따라 상가가 쭉~ 이어져 있고..
오면서 군것질을 했기 때문에 늦은 점심 식사..
산채 비빔밥에 동동주 곁들여..
오후 3시가 넘은 시각의 낮술.
점심식사를 마치고 나와 조금 걸으려니
"바~야야~
바~~~ 야야~"
어디선가 들려오는 귀에 익은 옛노래..
이 프로그램이 끝난 후엔 국악 한마당 공연.
무주군이 관광객을 위해 신경을 많이 쓰는 것같은 느낌..
난타 공연.
월하탄 폭포엘 가보기로 하고 여길 들어간다.
꽈리같이 생긴 것이 잔뜩 달려 있는 이것은 이 나무는 모감주나무
세계적인 희귀종이라는 이 모감주나무라는 건 이름만 글에서 봤지 이렇게 나무를 실제로 본 건 처음이다.
오후 4시가 넘은 매우 더울 시각인데,
이곳은 안 덥다.
그리 오래 걷지 않고 월하탄 폭포에 도착.
기분좋은 청량감을 주는 맑고 시원한 물
경주의 그 무더위가 여기는 없다.
깨끗하고 차가운 물.
구천동 33경 중 15경이라는 월하탄 폭포.
음~ 무더운 여름 피서지로 탁월~한 선택!!
시원하고 힘찬 월하탄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온통 초록색인 아름다운 여름 덕유산 공원을 천천히 산책하는 동안 해는 지고..
점심 식사도 늦었었기 때문에 저녁 식사도 늦게..
휴가지에서 꼭 고기를 구워먹는 랑이 경주에서 준비해온 것들을 모두 꺼내어
야외 식탁에 셋팅을 하고,
지글지글 고기를 구우며 술잔을 기울이는데,
바로 옆 가까운 곳에서 엿장사 공연을 하는 사람들이 흥겨운 풍악을 울려주네..
가수 완전 뺨치는 빼어난 실력의 노랫소리가 여행지에서의 느긋하고 편안한 저녁시간을 더 즐겁게 끌어올려주는 가운데,
나훈아님의 노래 "영영" 조용필님의 "여행을 떠나요"에서는 정말 감탄감탄,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며,
에어컨은 물론 선풍기 한번 안 틀고도 시원, 서늘한 무주 구천동의 밤이 모처럼 분위기 있게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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