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소에 사료와 물을 새로 가져다 주는 게 거의 늘 어두워진 저녁 시간이어서,
이 급식소에 어떤 아이들이 매일 오는지를 잘 모르는데,
그래도 어둠 속에서라도 약한 불빛에 몇 번 마주치는 아이들이 있다.
밤엔 사진 찍는 건 포기하고 사료와 새 물로 밥상만 차려주고 들어오곤 하다가
낮에 어떤 아이들이 오는지 좀 보려고 주말 휴일같은 때 새 밥상을 차리러 가면서 사진기를 들고 나갔다.
밥을 먹으러 와 있었던 건지 내가 그곳에 가자 급식소 안에서 한 아이가 후다닥 튀어 나간다.
그리고는 급식소 맞은편에서 이쪽을 지켜보고 계시는데..
언제부터 오고 있는 아이인지 모르겠지만 내게는 뉴페이스다.
몇 아이들이 오는 건지 제법 큰 그릇인데 텅 비어 있는 그릇..
배고파서 왔을텐데 빈그릇이어서 실망스러웠을 아이를 생각하니 내가 밤까지 안 기다리고 낮에 일찍 밥상 차리러 나온 게 참 보람스럽다.^^
그리고는 이 배고픈 아이가 밥 먹으러 오게 일단 거기서 일어나 옆쪽으로 비켜주었더니 내 눈치를 보며 얼른 급식소로 왔다.
천천히 가만가만 급식소 앞쪽으로 움직여.. 그러나 멀찍이 떨어져서 아이에게 눈인사~
그래~ 맘 놓고 드세요~
저녁마다 내가 밥상 차리는 거 보셨을 거 아녀?^^
온전히 너희들을 위한 사랑의 밥상이니 당당하게 드시면 됩미당~
나는 환한 낮에 이 아이 얼굴을 확실하게 본 건 처음이지만,
이 아이는 밤에 즈그들 밥상 차리는 나를 봤을 것이니
많이 경계하지는 않고 내 앞에서 밥을 먹는다.
그러나 이 아이처럼 다 그러지는 않고,
지들은 밤에 즈들 밝은 눈으로 밥상 차려주는 나를 자주 봤을 거면서도
내가 사료와 새 물을 가지고 급식소로 가까이 가면 후다닥 도망쳐서는
내가 밥상 차려주고 멀찍이 비켜서 주어도 절대로 급식소로 얼른 안오고
내가 모퉁이를 돌아서 즈들 눈에 안 띄어야 여전히 잔뜩 경계하는 몸짓으로 급식소 안으로 들어가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즈들 밥상 차려주는 나를 자주 봤을거면서 날 계속 그렇게 경계하는 게 어떤 때는 좀 야속한 생각도 들지만,
그래, 그렇게 제 몸을 제가 지켜야지!! 계속 그렇게 자신을 잘 지키며 살아가거라~
그러면서 집으로 들어온다.
이 아이도 내가 밥상 차리는 동안 저만큼 멀리 앉아서 지켜보고 있었다.
경계하느라 멀찍이 있어서 완전 당겨 찍어다가 사진으로나 자세히 보게 된 아이..
얼굴이 유머스럽게 생깄구낭~^^
이 꽃순이는 본지가 오래 되었다.
내가 볼 수 없는 밤시간 어느 때에 이쪽엘 오거나 지나다니는지는 모르겠지만,
통 볼 수가 없어서 궁금한 아이..
어딘가에서 새끼를 낳아 키우고 있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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