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떠나 있었던 경주에 다시 내려와 그동안의 오랜 부재로 인한 집 안팎의 밀린 일들로 바쁜 어느 날,
햇살이 약간 따가운 오후, 아파트 후문으로 걸어나가는데, 조그맣게 냐앙~ 냐앙~ 하는 소리가 나더니 이 아이가 딱 내 앞에 나타났다.
처음엔 3월에 새끼 낳은 그 편의점 고양이인 줄 알고,
"새끼들 두고 여기까지 산책 나왔남?"
하며 웃었다.
그런데 뭔가 좀 다른 느낌이..
눈 색깔도 다른 것 같고.. 아닌가? (기억을 확실하게 하지는 못하겠는...)
그러는 순간,
이 아이 둥실한 배가 보인다.
3월에 새끼 낳은 편의점 고양이가 4월에 그새 이렇게 배가 부를 리는 없지 않나..
그럼 넌 누구니?
근데 왜 갑자기 하얀 아이들이 자꾸 이렇게 보이는 거야?
배가...
출산이 얼마 안 남은 듯한..?
날 아는 체 하며(?) 냐앙~ 냐앙~ 그러면서 내 다리에 머리를 부비고
계속 감고 돌더니 발라당 눕기까지..
(아이가 하도 가까이 붙어싸아서 피해가며 사진 몇 장을 찍었다)
뭐라는 거니?
설마 날 간택하겠다는.. 건... 아니지?
혹 새끼 낳을 때가 임박해서 내게 도움 요청하는 거?
아니.. 이거 참...
일이 있어 나가는 길인데.. 난처하지 말이야..
여기 이러고 더 지체하고 있을 수가 없어서,
냥아, 지금 난 가봐야 하고...
이따나 낼 다시 또 만나자! 알찌?
그러고는 일어서니 지도 얼른 따라 일어난다.
그리고 나를 몇 걸음 따라왔다.
그 사이로 차가 지나가고,
뒤를 돌아보니 냥이는 따라오던 걸음을 멈추었다.
지금쯤 아파트 단지 내 어딘가에서 새끼를 낳았을까..
몇 달 전에 이 곳에서 "날 보고 반색한" 그 고양이가 편의점 고양이가 아니고 이 아인가..싶은 생각이..
날 보고 반색하는 길고양이, 누가 버린 거야~ ☞ http://happy-q.tistory.com/454
그리고 더 그 이 전에 이곳에서 만났던 아이도 편의점 고양이가 아니고 이 아이?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잡아간다 ☞ http://happy-q.tistory.com/398
그 편의점은 아파트 입구에 있고, 여긴 후문이다.
그런데 이 아이가 전에도 날 보고 반색했던 아이라면.. 왜 날 보고 반색을 하는 걸까..
우리집 베란다 밑에 급식소가 있지만 이 아파트 후문과는 거리가 멀다.
이 끝에서 완전 반대편 저 끝..
그러니 이 아이가 내가 주는 밥을 먹었을 리가 없고,
내가 이 쪽까지 와서 이 아이에게 밥을 준 적도 없다.
내게만 그러는 게 아니고 다른 사람에게도 그러는 건지...
암튼 그러고 며칠이 지났다.
그 며칠 사이 이 아이도 새끼를 낳았다면 얼마 후 이 아파트 단지 안에 하얀 아기냥이들이 보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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