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에 다른 지역에는 물난리가 나는데도 경주는 이글이글 타는 불볕이 참 대단하였다.
지난 달, 7월 13일은 39.7도..
그날 서울 가느라 신경주역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집에서 5~6분 정도 걸어나가는데, 그 뜨거운 가마솥 열기는 내 생전 처음 겪어보는 것 같았다.
그 뜨거움 속에서 버스를 기다린 10분은 얼마나 길던지..
두 시간 남짓 타고 가는 기차 안에서야 냉방으로 추울 정도이다가 내렸는데
서울은 경주같은 더워 죽을 기온은 아니었다.
매스컴에서 "전국 최고 기온 경주 39.7 도" 라고 뜨는 걸 보고 내가 서울 온 걸 모르고는 몇 사람이 내 안부를 묻는 연락을 해왔다.
서울이라고 안 덥지는 않지만 그때 서울지역과 충청지방은 비가 자주 (충청지역은 물난리가 날 정도로 많이) 와서 더위가 심하지 않았는데,
그러나 경주는 연일 불타는 가뭄..
더위를 피하여 올라간 서울행이 아니고 내 일정이 그러했던 것인데, 요행히 경주의 극심한 불더위를 피해 서울에서 피서가 된 셈이었다.
그러다 20일 쯤 후 다시 경주 내려오니 경주는 그때는 웬일로 별로 안 더워졌고,
이젠 또 거꾸로 서울 기온이 높아서 경주로 서울 더위를 피해 온 꼴이 되었다.
흠.. 내가 별로 복이 많은 사람은 아닌데 살다보니 이런 운이 있기도 하네.. ㅋ
암튼 그 불타던 경주가 별로 안 더운 게 참으로 황송하였다.
이 사진을 찍은 7월 1일 즈음에도 계속 비가 안올 때였지만 그래도 주말마다 가서 랑이 힘들게 물을 길어다 주며 주말농장의 채소들을 키웠었다.
그래도 그때는 몇 개 열리기 시작한 고추도 따오고,
가지랑 오이도 따고..
요래 이쁜 애호박도..
토마토도 따왔는데,
토마토 상태가 별로 좋지 못했다.
그러나 그때만 해도 불가마 속같은 가뭄이라고 할 때는 아니었다.
7월 한달과 8월 초순까지의 불타는 가뭄은 우리 주말농장을 망쳐주시었다.
내가 경주에 있을 때는 주말마다 랑과 함께 밭에 가서 랑은 물 길어다 주고,
나는 열린 것들을 조금이지만 재미지게 따오곤 했었는데,
서울에 20일간 거하다 경주 내려온 후로도 밭엔 안 가게 되었다.
수확해올 게 별로 없어서..
열흘 전인가.. 경주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경주 비온다아아아~ 경주에 비가 왜 오지?"
경주 아닌 이웃 지역에 가 있는 랑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날씨 예보에서 비 온다 했었어~"
"비 온다고 해도 경주는 안오는 데잖아~"
많이 퍼붓는 빗줄기는 아니고, 여기 비 오는 데 아닌데... 이렇게 내려도 되나.. 하며 살금살금 마치 눈치라도 보는 듯이
가만가만 조심스럽게 내리는 비였다.
이거 실수로 내리는 거 아녀?
그래, 실수로 비가 이틀이나 내렸다.
올 들어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틀씩이나 계속 내리는 건..
그리고 또 내리는 것이었다..
어허~
아 아니다..
지금이라도 내리시는 게 얼마나 다행이냐..
감사합미다~
그리고 지난 주 토요일, 랑 혼자 가서 따온 토마토..
몰골이 이 모냥이어서 내뿔고 싶은 걸 참으며 씻고 발라내는 데 40분도 더 걸린 듯..
발라낸 것을 물 조금 붓고 끓여서 믹서기로 윙~ 갈아 마심~
가문 데다 주말에만 가서 따오게 되니 늦게 따서 이렇게 다 갈라지시는지..
더 크지도 않고 잘잘한 것들이 다 갈라져버리네..
"다음에 가서는 토마토 또 이러면 걍 밭에 버리고 와요~ 거름으로나 쓰이게~"
아니 이번 주말엔 그래도 나도 가봐야겠다..
어떤 상탠지..
올해도,
"지난 여름은 참으로 위대 하셨다"
그런데 비가 며칠 오락가락하며 더위가 참 맥없이 스러지고,
가만 앉아 있으면 맨 팔뚝이 선득하고 발도 좀 시렵고..
어엇? 이대로 여름이 떠나실 모양..이세요?
아직 늦더위가 남아 있을 것이다..
그래도 또 서운해진다..
벌써 여름이 끝나는가 싶으니..
여름이 끝나는 건 말이지.. 올해도 다 가는 것이지...
짧은 가을 후딱 지나고,
금세 추워지고,
그러면서 금세 연말 연시...
지금 깊은 밤, 풀벌레 울음 소리가 귀에 크게 꽂히고,
마음에 어떤 울림을 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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