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이제 겨울인데 이런 파릇한 풀들이 마치 봄 같다.
우리집 뒷 발코니 창문 밖을 내다보니 이 아이가 오도마니 앉아 있다.
지난 여름 삼색이가 데리고 다니던 두 새끼고양이 중 한마리로 여기 가끔 올렸던 아기고양이인데. 이제는 이만큼 컷다.
누차 얘기하지만 사진이 실물보다 많이 커보인다.
실물은 조그마 하다.
아직 여릿한 몸집으로 청소년 티가 난다.
고물고물함이 아직 남아 있는...
여름날엔 새끼고양이가 두 마리였는데, 언젠가부터 늘 이 아이만 보였다.
이 아이와 따로 어미고양이(삼색이)도 여전히 이 급식소로 밥 먹으러 온다.
서울에 가서 여러날 있다가 내려와 밥을 주러 갔더니 어찌 알고 왔는지 소리 없이 뿅 나타난 어미고양이를 보고 너무 여러날 밥을 주지 못한 것이 참으로 미안했다.
내가 서울 가 있는 동안은 어디서 밥을 먹는지...
추위는 어디서 가리고, 잠은 어디서 자는 건지...
그리고 집 앞,
계절 따라 국화는 이렇게 스러지고...
국화 잎새에 가려지는 곳에 또 한 상 차리던 길고양이 밥상은 이제 이렇게 정체가 드러나게 되고 말았다.
서울에서 내려온 다음날, 용케 꽃순이를 만났다.
꽃순이를 만나는 곳은 거의 늘 같은 곳, 같은 모습이다.
그래도 날 안다고 내가 좀 가까이 가도 소스라치게 놀라 달아나지 않으니 감사하다.
사진으로는 그리 보이지 않지만 실제로는 이전에 만났을 때보다 얼굴이 초췌하고 마른 것 같기도 하고..
이래저래 꽃순이를 안 지가 5년이 넘었다.
이 곳이 다른 곳에 비해 그래도 덜 위험하긴 하지만, 어쨌거나 길 위에서 새끼를 낳아 기르면서 살아내는 묘생이 녹록할 수가 없다.
여릿한 청소년고양이 시절에 처음 만났던 꽃순이 얼굴에 이제 몇 겹 세월의 흔적이 얹혔다.
세수 좀 깨까시 하고 다녀라~
나이 먹어서 귀찮은 게냐...
여기 말고도 밥을 먹는 곳이 있긴 한 건지...
아직은 얼어죽게 춥지는 않지만, 앞으로 닥칠 강추위를 이 녀석들이 어찌 또 견딜까...
눈에 띌 때나 안 띌 때나 그저 마음이 시린 겨울 고양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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