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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Love Cats

처음 해본 길고양이 약 먹이기, 어려웠어요.

by 해피로즈 2019. 1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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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줘 온 게 몇 년인가 되지만,

내가 차린 급식소에 몇 마리가 와서 먹는지, 두 세 마리 외에는 어떤 아이들인지 잘 모르고,

 그냥 사료와 물만 갈아주고 들어올 뿐이었어요.

우리집 뒤 발코니 아래 쑥 들어간 공간에 차린 급식소여서 몸을 잔뜩 구기고 들어가 밥상을 차려야 하는 곳이지요.

몸을 구기고 들어가는 건 괜찮은데, 사료와 물을 들고 급식소까지 가는 길이 늘 매우 불편하였습니다.

집에서 나와 동 건물 사이드를 돌아 걸어갈라치면 아파트 단지 울타리 밖 맞은편의 작은 슈퍼인지 술집인지에서 시끌시끌 모여 술을 마시는 할저씨들이 쳐다보고 어떤 할저씨는 "고양이 새끼 낳았능교" 등의 말도 걸고.. ㅠㅠ


그래서 그런 게 싫어서 한밤중에 밥주러 가다보면 캄캄해서 무섭고..

암튼 그렇게 길고양이 급식소를 운영해왔지만 사료와 물만 갖다 부어주고 들어올 뿐, 한 마리 한 마리 사귀고(?) 그러질 않아

어떤 아이가 아픈지 어떤지 그런 건 모르고 지냈습니다.


몇 년 전, 아파트 단지 內에 내가 '고양이 정원'이라고 이름 붙인 곳에서 처음 만났던 크림이와 그 짝꿍 꽃순이를 따로 각별히 예뻐했었는데, 내가 다른 동으로 이사를 하고, 이러저러 하며 못 보고 산 몇 년 후에도 꽃순이가 나를 알아보고 따라오고 그러는 게 내 마음 뭉클하게 했지요. 



그리고 지금은 이렇게 내 집 앞 국화밭 급식소에서 독상을 받으십니다.

전에 이 집 앞으로 오게 하기 위해 애를 쓴 적도 있었지만 그게 맘대로 안되었었는데, 그 세월을 지나 몇 년 후 이렇게 내가 원하던대로 된 셈이에요.

그런 중에 이쁜 새끼까지 데리고 와서 보여주고..^^


 그런데 침을 흘리고 혀를 밖으로 내밀고 하는 게 구내염이란 걸 난 몰랐더니 어느분이 구내염이라고 댓글 달아주셔서 알았습니다.

약을 구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의아함과 불쾌함은 지금 여기 적기엔 좀 길어질 듯 하니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적기로 하고.. 


처음 해본 길고양이 약 먹이기의 마음 고생 얘기 입니다.^^


이렇게 급식소의 스티로폼 박스에 들어앉아 계시는 꽃순 母子를 발견하면 얼른 집안으로 들어와 캔을 따서 구내염 약을 섞어가지고 나갑니다.



이렇게 꽃순이가 얼른 와서 약 섞은 간식을 먹으면 좋은데,



문제는 아기냥이도 같이 달려든다는 거지요.



슷, 애기야, 안돼!!

이렇게 아기를 쫓는 일은 정말 싫은데..

그렇잖아도 나를 늘 피하는 아기한테 말이지요. 



그러나 어떤 때는 내 존재가 무서움에도 불구하고 캔 간식에의 유혹에 내가 몇 걸음 앞에 있는데도 간식에 달려듭니다.

즈 엄마가 옆에 있으니 나에 대한 무서움에 용기를 내는 듯..



꽃순이가 먹고 있는 약 섞은 간식 그릇을 빼앗았어요. ㅠㅠ



이러기 때문에 매번 약 안 섞은 캔간식도 같이 들고 나와 먼저 아기에게 주는데,

그런 건 또 안 따라주고 즈 엄마가 먹고 있는 그릇으로 달려들곤 해요.

아니면 아기에게 먼저 준 캔 간식을 꽃순이도 같이 먹고서 정작 먹어야 할 약 비벼준 간식은 맛을 본 뒤 맛이 다르니 안 먹을까봐 걱정 되고..

그래서 아기냥에게 먼저 주는 간식을 둘이 먹으러 달려들면 그걸 또 뺏고..



애기야, 저기 애기 꺼 있잖아, 저기~



먹던 간식그릇을 뺏겨버리고 꽃순이가 삐쳤을 거예요.



아기냥의 간식 그릇을 들고 이리 오라고 두들기기도 하고 이렇게 저렇게 유도를 한 얼마 뒤에야 아기냥은 내가 멀찍이 비켜드린 뒤에 

간식을 드십니다.



꽃순이는 삐쳤는지 약 간식을 그 자리에 다시 놓아주어도 먹으러 안오고..

나는 아기가 또 그것까지 먹으러 올까봐 조바심 나고..



이 사진도 즈 엄마 약 탄 간식을 같이 먹으려고 하기에 쫓았더니 혼자 들어가 있는 상태..



애기야, 이리 나와~ 여기 있잖아, 여기~


한참 그런 뒤에 내가 멀리 비켜주고, 아기냥이 나와서 맛있게 뇸뇸 하십니다.



즈 엄마는 저 옆에서 약 간식 드시고 있고..




길고양이 약 먹이기는 처음이었는데, 참 어려웠어요.

종일 집에 있는 것이 아니어서, 1분 2분도 큰 아침 바쁜 출근 시간에 이렇게 노닥거릴 시간 없으니 

바깥 고양이 약 먹이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아기고양이가 없이 꽃순이 혼자인 상태라면 아침에도 캔간식에 약 비벼서 놓아주고 출근하면 될텐데,

약 섞은 간식을 누가 먹을지 알 수 없으니 매우매우 신경쓰이고..

그래도 빨리 약 먹고 나아야 할텐데 하는 조바심으로 어쩔 수 없이 아침에 그리 해주고 출근한 적도 있지만...

아마 아기고양이도 그 약을 반은 먹지 않았을까..

그리고 밥에 비벼서 놓아준 건 이 집 앞 급식소를 지나는 어떤 아이도 간혹 먹었을 수도..

꽃순이의 (옛?)남친 크림이도 여기 잘 지나다니거든요. 까망 턱시도냥이도 가끔 보았고..

크림이는 언젠가부터 집 뒤 발코니 아래의 대형 급식소에서 대장 노릇하고 있어요.


게다가 어떤 일정으로 집을 여러날 비워야 하는 일로 정말이지 집고양이 키울 때 집 못 비우는 것과 똑같이 마음 고생을 했습니다.

우여곡절의 어려움 속에서 지금 이렇게 잘 나아주어서 정말 감사감사 합니다.

마음이 가벼워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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