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날씨가 풀렸다.
설 연휴 첫날의 느긋함을 즐기며 느지막이 일어나 아침밥을 차려 먹고 설거지를 하는데,
우리집 바깥 사람이 "연말 대청소를 좀 해야겠다" 그런다.
"연말은 무슨.. 난 음력 안 쇠~
연말 지난 지가 언젠데.."
그러나 자기는 음력을 쇤다면서 가구를 끌어내며 대청소를 시작하기에 설거지를 마친 나는 깨끗한 물그릇을 찾아 물을 담아가지고 밖으로 나갔다.
모처럼 포근한 날씨에 환한 햇빛이 기분을 두둥~ 띄워올려 준다.
음~ 좋아라..
고양이들도 안 추워서 좋겠다...
사료는 어제 늦은 밤 나와서 들여다 봤을 때 남아있는 걸 봤기에 물만 새로 떠다 놔 주고,
며칠 바람이 (처)불어 엉망으로 어질러진 급식소를 대강 청소했다.
추우니 창문을 몇 중으로 닫고 살며 창밖을 잘 안 내다보게 되어 아이들 구경을 못해서 어떤 아이들이 와서 밥을 먹는지 요즘은 더 전혀 알지 못한다.
잔뜩 수그려붙이고 들어가 깨끗한 밥상 차려놓고는 일어서 주변을 휘둘러 보는데, 오마낫 크림이가 언제 왔는지 저 앞에 있다.
오오? 크림아~
부르니 쳐다보시는 모습..
눈이 전보다는 말끔해진 것 같긴 한데 그 후유증인지 눈 모양이 정상이 아니다.
전에도 썼었지만 내가 집에 들여 키웠었다면 얼굴이 저리 상하지 않았을텐데 하는 안타까움..
내가 처음 만났을 때의 아기크림이..
그야말로 첫눈에 반해서 이 아일 만나러 이곳엘 수도 없이 가보곤 했었다.
그러나 크림이는 즈 엄마와 아주 잘 지내고 있는 상태였으므로 내가 굳이 집으로 들여 키울 고양이가 아니었다.
고양이를 미워하는 할매들이 많이 있는 곳이지만, 넓은 아파트 단지 안에 군데군데 고양이 밥을 주는 캣맘이 몇 분 있기도 하는 그래도 다른 곳에 비해 대체로 안전한 편인 곳이다.
나를 자주 보게 되면서 크림이는 내게 심한 경계심을 갖지는 않았다.
내 앞에서 요래 귀욤귀욤 방출하기도 하고..
지를 아주 이뻐라 하며 자주 찾아가는 나에게 일정거리 정도는 허락해주시기도 하였었다.
그러다가 어찌저찌 하여(내가 서울 경주를 오르내리는 생활 속에 큰 아이를 결혼시키던 해에는 서울에 있는 생활이 길었었던 그 무렵쯤였나..)
크림이를 못 보고 지내는 시간이 길어져서 그 시간이 아예 뚝 잘려나가버렸을 만큼 나와 크림이의 관계(?)는 매우 소원해졌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이곳 캣맘님의 사진으로 보게 된 크림이의 모습은 너무 충격적이어서 크림이라고 인정하기 싫을 정도였다.
☞ http://happy-q.tistory.com/entry/크림이를-기억하시나요-믿을-수-없어요
그리고 이 사진은 6개월 전 모습으로, 혹시 크림이를 만날까 하며 가끔씩 아파트 안을 돌아보곤 했었는데,
통 만날 수가 없다가 어느날 드디어 보게 되었었다.
병치레를 하느라 그랬는지 마른 모습..
크림아,
부르니 돌아보고는,
두어 걸음 뗀 후 멈추고 이렇게 내 앞에 앉아있어 주었다.
참 오랜만인데.. 날 알아보는 거야?
어그~ 맘 아픈 녀석...
얼마간 둘이 마주보고 앉아있다가 내가 그만 일어서니 크림이 저도 일어나 이쪽으로 움직여서,
냉큼 내 갈길 가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자니 이러고 누웠다.
날 알아보고 하는 짓인지.. 나 아니어도 이러는지..
하기야 이 아파트 안에 나처럼 지한테 이러는 사람이 없지 싶다.
계속 그러고 있을 수는 없어 발길을 돌리니 저도 일어나 몇 걸음 옮겨서는 요러고 앉아 나를 쳐다보기도 하고,
이런 표정으로 있기도 하고... ㅠㅠ
그후 창밖으로 두어번 스쳐보았고,
오늘 오랜만에 이렇게 또 조우하게 된 것이다.
크림아, 이제라도 아줌마랑 살래?
아니 이제 와서 머할라고요~
글체?
글타........
자유롭게 잘 살고 있는데, 그야말로 이제 와서 뭘..
아프지 말고 잘 지내기나 해라 크림아~
이쪽으로 밥무러 오고~
저 혹한의 겨울 잘 건너온 크림이 짠하고 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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