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양이를 내가 원해서, 혹은 원하진 않았더라도 내가 발견하여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내 손으로 집에 들고 들어온 게 아니었다.
내 집 실내에 동물을 키운다는 건 전혀 생각지 않았던 사람이다.
옛날 젊은 시절 언젠가 길을 걷다가 동물병원 큰 유리창 안으로 동물을 안고 진료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을 보게 되었다.
아이구 저짓들을 왜 해.. 미쳤다..
그랬던 사람이다.
(그런데 내가 고양이를 키우면서 보니 동물 애호가들, 미친 사람들 맞다.ㅋ)
그런 나에게 길에서 태어나 제 어미와 형제들과 2개월쯤 살았던 아기고양이가 우리집 막둥이 손에 들려서 내게 오게 되었던 것이다.
이전 포스팅에 사랑이 시작된 걸 그땐 몰랐다고 얘기했었는데,
내가 동물에 대하여 사랑이란 걸 품게 될 줄은 예전엔 전혀 생각도 못한 일이었다.
☞ https://happy-q.tistory.com/entry/널 보고 처음 웃은 날, 그게 사랑의 시작인 걸 그땐 몰랐다
그러나, 그 사랑이 완전히 자리를 잡기 전, 갈등이 있었다.
아망이가 우리 가족이 된지 2주쯤 지났을 무렵, 귀의 털이 피부조각과 함께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니 이게 뭐지?
우리 세 모녀는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당황스러웠다.
병원에 데리고 가니 피부병이라고 하며, 밖에 있을 때 감염되었거나 제 어미로부터 감염되어 있다가 지금 증세를 보이는 것이라고 하는 것이었다.
치료는 한달에서 석달까지도 걸리고, 재발이 되기도 쉽다고 하였다.
근데.. 사람에게 옮길 수도 있나요? 물었더니
"그럴 수도 있습니다."
꺼림직한 마음...
우선 주사를 맞고, 집에서 먹이고 바를 약을 일주일분 받아와 그날 저녁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언니의 시골 큰집에 고양이를 보내면 어떨까 하고..
언니에게 전화 걸기 전엔 밖에 그냥 내보낼까 하는 엄청난 생각도 잠깐 했다.
그러나 그건 그야말로 잠깐만 그랬던 게,
우리집에 사다놓은 고양이 사료가 저렇게 한봉지나 있는데 이 아기고양이가 밖에 나가서 배고파 울고 돌아다닐 생각을 하니, 아, 그건 못견딜 마음이 되었다.
언니는 시골의 언니네 큰집에 보내는 것에 대하여 그래보자고 하였다.
피부병이 생겨서 지금 치료를 시작했으니 피부병 다 치료하고 보내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매일매일 정해진 시간에 주사기로 약을 먹이고, 아침 저녁으로 열심히 약을 발라주었다.
치료가 오래(몇 달) 걸릴 수도 있다고 했는데, 다행히 6주 치료받고 깨끗이 잘 나았다.
피부병을 우리에게 전혀 옮기는 일도 없었고..
그래도 피부병이 많이 번지기 전이어서 귓등, 발등, 콧등과 꼬리 끝부분 등의 일부분에 털이 빠지는 정도였는데,
먹이는 약과 바르는 약을 매우 열심히 먹이고 발라주는 지극정성을 받으신 뒤 잘 나아주어 감사하고 기뻤다.
기특하고 이뻤다.
그러는 동안 아기고양이와 지낸 기간이 2~3개월..
이 사이에 이미 이름도 지어졌다.
디아망..
다이아몬드의 불어라며 우리 큰아이가 지었다.
우리들은 디아망에서 디字를 생략하고 아망이라 불렀다.
아망아~ 하고 부르면 이상하게 내 마음 안에 예쁜 무언가가 몽글몽글 피어났다.
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왜 연락이 없어? 언제 보낼 건데? 큰집에 얘기 해놨는데.."
뭐? 보내긴 어딜 보내?
고마 잊어주시요~
그 어디로도 절대 보낼 수 없는
그야말로 내 마음의 다이아몬드가 되고 있었다.
내게 전혀 뜻하지 않게 온 한 작은 생명에 대하여 이런 말도 안되는 유치한 갈등을 겪은 후..
이 예쁜 사랑을 가슴에 완전히 품어안았다.
그건 행복한 일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 작고 여린 생명의 충성스런 집사가 되어
하루에도 몇번씩 이 조그만 것에게 사랑고백을 하며 사랑을 구걸하게 된다.
기막히게 예쁜 내 사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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