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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Love Cats

나랑 살자, 내 잘해줄게에~

by 해피로즈 2018. 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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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오드아이 냥이를 다시 좀 만나지기를 바라며 일부러 시간을 내서 넓은 아파트 단지를 두어 바퀴씩 돌아보기도 하고 그랬지만

통 만나지지 않았다.

나와 우연히 마주칠 정도로 고양이들이 길에 돌아다니기엔 너무 추운 날씨가 며칠 계속 되기도 했다.

 

그러다가 오늘 낮에 생각잖게 만났다.

오오오~ 너 아니니 너~ 오드~

 

잠깐!!

얘, 잠깐!!

도망가지 말고 잠깐 좀~~

 

 

아냐 아냐앗!!

가까이 안 갈게. 안 가~

가지마~~

 

아후.. 달아날까봐 조마조마

초조~

 

 

오드야, 우리집 가자~

우리집 가서 나랑 살자!!

내 잘해주께에에~!!

 

 

 

얘,

나두 이 프로포즈, 쉽게 하는 거 아니다, 너~

 

 

 

니들 고양이들이 다 그렇다만,

특히나 너는 그런 하얀 옷 입고 길바닥에서 어찌 사노~

 

널 낳은 니 생모까지도 그리 하악질 해대며 널 내치드마는..

 

 

 

그러나..

이 사진으로 끝!!

사진 다섯 장 찍은 시간이 불과 몇 십초,

이 아이는 내가 한 발짝 제 앞으로 움직였다고 휘리릭 바람처럼 날아가버렸다.

그러니까.. 이 휘리릭은..

머시? 고마 됐그등요~ 택두 음쓰~

이거겠지..

 

그 빠른 기세를 눈으로 쫓으며 보니 다리가 저번보다 나아보인다.

 

나은 건가.. 다행이네..

 

사실 오드아이에게 하는 프로포즈가 내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한곳에 붙박이로 사는 생활이 아니고 서울 경주를 오르내리며 사는 생활이니 이 아이가 아닌 다른 고양이라도 집에 들이는 일이 쉬운 일일 수 없다.

그러한 상황이지만, 그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저 아일 집에 데려가고 싶은 마음도 있는데,

내 상황도 쉽지 않듯이 길위의 삶에 다른 어려움도 있겠지만 그래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살고 있는 이 아이도 갑자기 사람의 집으로 들어가는 일이 쉽지 않다.

집에 들어가 살면서야 거기 안일한 삶에 적응하여 살게 되겠지만..

 

이 아이는 태어나길 밖에서 태어났다 한다.

이 아이 어미를 거두고 있는 편의점에 일부러 가서 물어보았다.

편의점에서 챙기고 있는 어미냥이는 편의점에서 돌본 지가 한 2 년 쯤 됐다 했다.

처음부터 100% 버려진 아이는 아니라고 하는데, 그게 좀 난 이해가 안가는 게..

만약 우리 아망이나 달콤이가 집 밖으로 나가버렸다 하면 찾아서 붙잡아 집에 데려갈 것이 당연한 거 아닌가.. 몇번이라도

이 아파트에 살던 사람이 이 하얀 어미냥을 같이 데리고 옆 동네로 이사 갔었단다.

그런데 이사 간 집이 어떤 환경이었는지 아이가 집 밖으로 나왔다고..

편의점에서 하는 얘기로는 자기도 이 아파트 주민한테 들은 얘기라는데,

이사한 새 집에서 집 밖으로 나온 이 하얀 냥이를 주인이 와서 데리고 가기를 두번이나 했다고..

그럼 이 하얀냥이가 그 뒤로도 또 나왔고 세 번째엔 포기를 했다는 건가..

집이 어떤 환경이기에 아이가 그리 자꾸 쉽게 나오며, 아이는 여기로 자꾸 온 걸까..

이사하기 전엔 집에서만 살아서 밖을 잘 모를 아이가 어떻게 여기로..

옆 동네라지만 집에서 살던 작은 고양이가 쉽게 찾아오기엔 멀고 위험한 거리다.

데리고 이사 갔었는데 아이가 집을 나와서 여기로 왔다는 얘기가 내겐 좀 신빙성이 없어 보인다.

이사하기 전엔 집안에서만 살았던 아이가 어떻게 여길 알고 찾아오냐고..

 

이 편의점은 전엔 그냥 마트였다.

그러다가 한국의 동네 마트를 대기업들이 다 접수해버렸듯이 이 동네 마트도 어느날 문을 닫더니 좀더 산뜻하게 꾸민 편의점으로 변신을 하고 주인도 바뀌었다.

그게 벌써 2 년 전이라고 하네..

편의점을 시작하면서 이 하얀 고양이를 처음 만났다고 하니 이 하얀 냥이의 바깥 생활이 2 년 정도인 모양이다.

 

"그럼 오드아이는요?

언제 태어난 거죠?"

 

"음... 일년은 못 된 것 같은데.. 글쎄 한 8 개월쯤 됐나..

네 마리 낳았는데 다 죽고 오드아이 그애만 남은 거에요."

 

"저 애 며칠전에 다리를 절던데.. 언제 어떻게 다친 건지 아세요?"

 

"좀 됐어요. 어떻게 다친 건지는 모르겠고.. 안 절고 잘 걸어다닐 때도 있다가.. 막 뛰어다니고 싸우고 그러면 또 그러는 건지... "

 

"네에..

아, 그리구.. 요 하얀 아이 챙기시는 거 참 감사하네요.."

 

"아, 저 뿐 아이고 아파트 주민분들이 이뻐하세요.."

 

"그래요? 정말 다행이네요.."

죽어라 미워라 하는 할매들도 많은데 이뻐라 하는 좋은 사람들도 많은가 보다. 오오오~ 살만한 세상~

 

 

편의점 젊은 주인분이 사람 좋아 보인다. 그래서 기분이가 좋으다. ^ㅎ^

꼭 사야할 게 없었지만, 그냥 몇가지 사들고 편의점을 나와 오드아이를 만날까 기대하며 한바퀴 돌았다.

녀석, 쉽게 안 만나진다.

밖에서 안 보일 때는 어디서 지내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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