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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Love Cats

널 보고 처음 웃은 날, 그게 사랑의 시작인 걸 그땐 몰랐다

by 해피로즈 2018.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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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고양이라 털이 부스스 다 서 있다)

 

 

아기 길고양이가 우리집에 들어온 다음 날, 동물병원에 데리고 갔을 때, 아기고양이를 살펴보더니 생후 2개월 정도 된 것 같다고 하였다.

난생 처음으로 고양이 사료라는 걸 사면서 이걸 어떻게 먹이는 거냐고 물으니 집에 가서 조금씩 줘 보라고 한다.

 

이 딱딱한 걸 애기한테 어떻게 해서 주는 건데요?

이걸 죽으로 끓이는 거야 뭐야... (고양이 밥에 대해서도 아는 게 전혀 없었다)


첨엔 물에도 불려서 줘보시고 애기가 먹는 걸 한번 보세요.

 

아기냥이가 우리집에 들어온 다음날이므로 아직 이름도 안 지었을 때라 그냥 병원에 가서도 이름을 애기라고 적었고, 이름을 짓기 전까지 애기야~ 아가~ 하고 불렀었다.

뭐.. 이름을 짓고서도 애기라고 부를 때도 많았고, 성묘인 지금도 아가!하고 부를 때가 많다.

 

 

 

 

고양이 사료에 대해서 전혀 무지하였으므로 그때 나는 딱딱한 사료를 늘 물에 불려서 줘야하는 걸로 생각했다.

병원에서 집에 데리고 들어와서는 거실에 내려놓고서 옷도 갈아입고 부엌도 왔다갔다 하며 어쩌다가 보니 아기냥이가 화장실 변기 옆에서 구토를 하는 것이었다.

 

어? 애기야, 왜 그래!

 

너무 놀랐다.

애기가 전날까지 밖에서 살다 우리집에 처음 들어와 병원 다녀올 동안 먹은 게 별로(전혀?) 없는데,

나중에 생각할 때마다 기막힐 일을 내가 했던 게 있다.

그때를 생각하면 정말 우리 아망이에게 미안하다.

 

내가 옛날 어렸을 적에 집안에 들며날며 키우는(?) 고양이가 있었는데, 그애들은 늘 사람먹는 밥에다 다 먹은 생선찌꺼기같은 걸 주었던 것 같다.(글쎄.. 그애들이 그걸 먹었을까? 알 수 없다. 사람이 먹는 음식 찌꺼기를.. 그때는 쥐가 많은 때여서 쥐를.........)

이런 사료가 따로 있는 건 아기길냥이를 데리고 동물병원에 가서 처음 알게 되었었다.

고양이 없던 집에 갑자기 고양이가 들어왔는데 애기가 배고플 것 같아서 갖다 준 게 간이 짭짤하게 되어있는 갈치 한 쪽이었다.

고양이는 무조건 생선을 좋아한다고 믿고 그걸 갖다 준 것이다.

근데 아기고양이가 먹는둥마는둥 했던 것 같다.

아이고.. 그 짭짤한 걸 덥썩 안 먹은 게 다행이다. 먹었으면, 오마나 잘 먹네 하면서 더 갖다 줬을테니.. 그 어린 고양이 여린 속에 짭짤한 생선.. 아휴~ 아찔 하다.

한 입 먹었었는지 입에 대보다 말았었는지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질 않고, 다음날은 달걀 프라이 한 것을 조금 떼어서 그걸 주었다.

근데 그것도 역시 먹는둥 마는둥.. 밥도 물에 조금 말아서 줘도 거의 안먹은 듯..

한 입 먹었는지 어쨌는지..

 

그러니까 이 아기고양이가 밖에서 사람의 집에 들어온 건 전날 저녁 6시쯤이었고, 병원엔 다음날 오후 몇시쯤였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데 그때까지 먹은 게 별로 없는 상태인 거다.

그런데 병원에서 돌아와 구토를 한 것이다.

잘못되는 건 줄 알고 그때 무지 겁을 먹었었다.

구토물도 별로 없었는데..

왜 구토를 했는지..

 

나중에 우리들끼리 얘기하곤 했다.

짭짤한 생선을 한 입 먹었던 건지.. 그래서 그걸 토한 건지..

고양이에 대해 무식해가지고 짭짤한 갈치를 갖다 주었다고..

 

구토한 것을 처리하고 얼마 후 사료 그릇에 물을 바닥에 깔 듯하고 그 위에 사료를 조금 놓아서 불도록 한 뒤 아기고양이에게 주니 역시 별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대로 두고, 물에 넣지 않은 사료도 몇 알 탁자 위에 올려 놓았는데,

어쩌다가 보니 애기가 물에 불린 건 별로 안 먹고서 탁자 위의 몇 알 물에 넣지 않은 건사료를 먹는 게 아닌가..

ㅎㅎㅎ 그때 얼마나 신기하던지..

먹으니 좋기도 하고..

 

지금 생각해보면 아기냥이가 이제까지 밖에서 즈엄마랑 형제들이랑 같이 살다가 갑자기 너무 다른 환경, 아니 엄청나게 다른 세상으로 잡혀들어와 그 불안감과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배는 고파도 금세 뭐가 먹어졌겠나.. 하는 생각을 뒤에 하게 되었다.

 

아니 애기가 먹기 부드러운 불린 사료를 안 먹고 그 딱딱한 걸 먹어?

 

암튼 어린 애기가 그 딱딱한 걸 먹는 게 너무 신기하면서, 처음으로 밥이란 걸 먹으니 참 기분이 좋아 자꾸 웃음이 나왔다. 

고양이란 존재로 하여 이렇게 나는 좋아서 처음으로 ㅎㅎㅎ 웃었다.

 

이 웃음이..

사랑의 시작이란 걸 그때는 몰랐다.

알 턱이 없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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