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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Love Cats

가끔 보는 나를 기억하고 문 앞까지 따라온 길고양이, 뭉클해

by 해피로즈 2018.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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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바깥고양이 급식소에 밥상 차려주고 모퉁이를 돌아오는데, 바로 옆에서 작고 가느다란 소리로 냥~하는 소리가 들렸다.

밥상 차리고 일어서 돌아오면서 어두워서 보지 못했는데, 이 아이는 내가 밥이랑 물병 들고 급식소로 가는 걸 보고 따라 왔던가.. 싶다.

그러나 급식소는 이 아이의 영역이 아닌가.. 급식소 밥상을 차린 후, 빈 물병이랑 사료 봉지를 들고 집으로 들어오는 길에 내가 이 아이를 못 보는 상태에서 이 아이는 몸을 돌려 지도 날 따라  아파트 담에 가까이 붙어서 내 옆으로 약간 앞서는 걸음으로 내가 가는 길을 같이 걸어갔다. 몸집 자그마한 고양이였다. 

둠 속에서 처음 발견한 순간엔 "저기 밥 있는 데 가서 밥 먹지, 왜 그냥 가~" 그러며 걸었는데, 가로등이 서 있는 집앞쪽으로 왔을 때 보니 한 동안 못 본 꽃순냥이 같다.



왼쪽 코 옆으로 카레가 묻은 게 꽃순이가 맞았다.

급식소에 밥 갖다 놓은 건 왜 안 먹고 그냥 여기로 오는 거야? 요 집앞까지만 니 영역이고 저 뒷쪽은 아니야? 아님 밥을 이미 먹어서 그런거야?"

그런데 아이가 다른 곳으로 안 가고 계속 그냥 내 가까운 곳에 서성이며 있다.

그래서 밥을 놓아주고, 아이를 피해 멀찍이 돌아 집으로 잡싸게 들어가 물그릇이랑 캔도 한 개 들고 나와 집 앞에 독상 차려 주었다.




언제 몸을 푼 건지 배가 홀쭉하다.

어디서 새끼를 낳아 키우고 있는지..




급식소에 밥 주러 갈 때는 폰이든 디카든 아무것도 안 들고 나가기 땜에 저쪽 옆에서 불과자를 맛나게 묵고 계시는 우리집 바깥사람에게 집에 드가서 내 폰 좀 가져다 달라 하여 희미한 불빛에 의지해 얼른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이 아이가 나를 확실하게 알고 있다는 걸 그날 알게 되었다.

한참을 쪼그리고 앉아 이 아이와 같이 있다가 모기도 달려들거니와 언제까지 계속 그러고 있을 수도 없어 집으로 들어오다가 뒤를 돌아보니 아이가 내쪽으로 움직이려는 액션을 취한다.




그리고 집 안으로 들어서면서 현관문을 금세 닫지 못하고 내다보고 있으려니 정말로 이 아이가 날 따라 왔네.. 오모.. ^^

설마 오늘 밤 날 간택하실??

그럼 새끼들은? 


그러나 길에서 살고 있는 고양이가 그리 쉽게 사람의 집 안으로 들어올 리는...

현관문 열어놓고, 들어오고 싶은 거면 들어오세요~ 나도 모르겠다. 서울 경주 왔다갔다 해야 하는데... 니 뜻대로 하시어요. 날 간택하신다면 그 뜻 따라야지 우야겠노... 

그러면서 그날 한 시간이 넘도록 현관문 열었다 닫았다 하며(모기 들어올까봐 신경 쓰이구마는..^^) 꽃순냥이의 뜻을 존중하려 나름 최선을 다했는데 꽃순이는 현관문 바로 앞까지는 왔지만 역시 들어오지는 않았다. 꽃순이의 뜻이 거기까지인 듯..

그래, 새끼들 더 키워야할 시기 아니겠나.. 몇 마리를 언제 낳아서 키우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만,,

새끼 잘 키우시게나..

글고 여기로 오면 내가 잘 해줄게!

새끼들 잘 키워서 같이 데꾸 와도 대환영이지~ 영역을 이쪽으로 옮길 수는 없나..

전에 느그 아들 꽃주 때처럼 맛있는 거 매일 줄거이니 데리고 오셔~




어디서 지내고 있는지 집 드나들 때마다 차 밑이며 주위를 유심히 살피고 다녀도 쉽게 만나지지는 않는 꽃순이,

이 사진은 내가 꽃순이를 처음 만났던 해 봄날, 내가 고양이 정원이라고 이름 붙인 곳에서 살던 꽃순이가 아직 엄마가 되기 전이던 시절, 2013년 4월 사진이다.



전에 지금과 다른 동의 우리집 앞 화단(급식소)에 자주 머물던 시절 꽃순이..



비슷한 시기의 급식소에서 아기랑 같이~

그때 꽃순이와 그 아기냥 꽃주가 우리집 앞 화단에서 살다시피 할 때였다.



그러고 얼마 후에 다른 동으로 이사하며 꽃순이와 헤어져 소원해졌었고, 그래도 몇번인가 크림이와 함께 있는 꽃순이를 만났었는데,

내가 경주 한 곳에만 살고 있지 않으니 오래도록 못 보고 지내다가 지난 3월에 이 집 앞에서 만나게 되었었다.


중간에 전혀 못보고 지낸 기간이 매우 길었는데, 그래도 다른 동에서 매우 오랜만에 만나고도 날 알아보는 꽃순이가 내 가슴 뭉클하게 한다.

처음 만난 때로 부터 이제 5년이 지나고 있는데 무고하게 잘 살아주어서 참 감사하고..


새끼 데리고 우리집 가까이로 오면 좋을텐데.. 

고양이들 영역 문제가 있으니 쉽지 않은 일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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